조직문화 개선방향 컨설팅 리뷰
조직개발의 점을 찍다
정부에서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연구기관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50여개 정도의 출연연이 있는데 지난 8월부터 한달간 한 출연연의 리더 50여명을 대상으로 4차례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기관에 새로운 원장님이 부임하신지 반년이 지나면서 조직문화를 돌아보고 가장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찾아 방향성을 그려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주요 여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최고 경영진그룹과 함께 연구원의 핵심 이슈를 선정하고, 이어 미들 매니저그룹이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구체화하여, 마지막으로 보직자 전체가 모여 심층 논의하는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조직문화, 변화관리에 대한 관리자의 설득 및 협조가 필요하거나 조직개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던 담당자분들이 용기와 힌트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Day 1) 조직의 변화는 TOP으로부터
최고 경영진그룹 12명이 참여한 첫번째 워크숍은 조직문화의 정의와 중요성에 대한 강의로 시작을 열었습니다. 출연연이 가진 특징과 좋은 조직의 모습, 조직개발의 원칙,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타 기관에 대한 궁금증으로 쉬는 시간도 반납한 채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올해 연구원 상반기 리뷰에서는 변화로 인한 기회보다는 혼돈과 저항, 갈등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많이 등장했고 최근 조직구조가 개편됨에 따라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변화 속 화두로는 ‘소통과 상호 존중, 신뢰’를 꼽았고, 투표를 통해 선정된 TOP 4의 핵심 이슈에 대해 월드카페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논의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표를 받은 항목은 ‘리더십 강화’ 부문입니다. 주로 일반 기업들은 신입사원, 승진자, 보직자 등 직급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출연연은 연구자에서 팀장, 그룹장 등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가지는 책임과 권한을 비롯하여 경영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육성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컸습니다. 특히 연구원의 리더가 모인 자리인 만큼 조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체성 제고와 결속력 강화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또한 연구원의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Day 2) 리더 아닌 리더, 미들 매니저그룹
동일한 프로세스로 이번에는 미들 매니저그룹 20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초반부터 조직구조 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두드러졌습니다. 조직변경 과정에서 구성원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문제, 팀 이기주의와 사일로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구조 변경의 필요성과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을 공유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마련한 이 자리를 단순한 성토대회로 끝낼 수 없었고 참여자의 태도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변화 속 상대에게 기대했던 역할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를 탓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R&R을 정립하여 리더로서 문제해결적 관점을 갖도록 분위기를 환기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문제 의식이 모두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은 시간동안 서로가 가진 정보와 의견을 더 많이 공유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원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증대되었다며 소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Day 3) 어차피 또 바뀔거 3년만 버티자
앞서 두번의 워크숍으로 최고 경영진그룹과 미들 매니저그룹의 극명한 온도 차를 확인할 수 있었고 또다른 미들 매니저그룹 20명과의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지난번보다는 조금 차분한 느낌이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하니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구성원들은 기관의 방향에 대해 위, 아래, 양옆으로 더 많은 대화를 하기 원했고 고과에 신경쓰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사실 모든 출연연의 특성상 원장 임기가 3년에 불과해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여건인데 3년 주기의 변화가 아닌 조직의 장기적 미션, 비전을 결정하고 본부/연구소/그룹/팀의 Alignment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조직의 변화 속에서 몰입과 성취감을 느끼길 기대하고 타 부서의 리더, 특히 평소에 잘 만나지 못했던 행정 부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의미했다는 희망적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Day 4) 리더십과 현장은 하나되어야 한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은 아니지만 지난 3회차 워크숍을 통해 보직자 간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것의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지금까지 만났던 참여자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최고 경영진그룹과 미들 매니저그룹을 골고루 배치하였고 리더십 Pipeline을 구축하며 더 좋은 연구원을 만들기 위한 화합을 다짐했습니다. 먼저 지난 워크숍의 주요 결과물을 함께 훑어본 후 모두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공통의 영역을 찾고, 서로가 체감하는 가장 큰 다름을 파악하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직급별로 기대했던 역할과 상대가 겪고 있었을 어려움에 대해 기록하면서 조금 더 서로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촉진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다뤘던 이슈 중에서도 가장 집중해야 하는 두 가지 사안, 조직구조와 연구원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든 것을 덮어버릴 만한 큰 문제지만 그 누구도 애써 모른 척하는 상황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일컫습니다. 방 안의 코끼리처럼 숨어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공론화하고 모두가 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연구원의 실정에 맞는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을 그려보고 현재 나타나는 아쉬운 점과 효과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탐색하고자 나섰습니다. 더불어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공동의 목적을 작성하여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관점으로 조직 전체를 바라보고 접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걸었습니다.
Day 5) 최고 경영진그룹 브리핑
이스트만 화학의 CEO 마크 코스타는 자신이 최고경영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이 ‘직원들이 내게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부족한 모습이든 실망스러운 모습이든 회사의 참모습을 보기 원한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빌 캠벨은 리더로서 자신이 모든 정답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최고 경영진그룹은 변화에 대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고 미들 매니저그룹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을 던져 회색 지대를 제거해야 합니다. 열린 대화는 이러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리더로서 극한의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하였습니다.
리더십이란 여러 리더가 협업하면서 함께 이끄는 것
위의 내용은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함축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는 컨설팅 기간동안 무엇보다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연구원의 현재와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아무리 훌륭해도 혼자서만 하려고 하면 절대 조직변혁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당장의 변화가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고통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때입니다. 다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한 번에 너무 욕심을 내기보다는 찰스 핸디의 시그모이드 커브처럼 유연하게 파도를 갈아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복잡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까지 하게 만드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그들도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고 높은 목표를 제시하며 그 목표를 위해 팀원들이 협업하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그 목표 수준은 리더가 뭐라고 말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