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꿰뚫기

속도의 시대, 그래서 애자일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예측불허의 VUCA 세상에서는 계층의 사다리를 통해 정보를 올리고 의사결정의 내용을 내리는 방식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처럼 의사결정과 실행이 분리된 구조에서는 속도를 높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진력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영의 본질은 얼마나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얼마나 잘 실행하는가에 있다. 그렇다면 VUCA 시대에 어떻게 의사결정의 수준을 높일 것인가? 변화 속 기회를 마주할 때, 민첩하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빨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시책을 보다 빠른 속도로 강구하는 것’이 핵심이며 속도는 기회가 있는 곳에 의사결정자가 있을 때 비로소 발생된다. 점점 변화가 찾아오는 패턴이 불특정하고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 미묘한 변화의 기운을 얼마나 민감하게 알아차리는가에 따라 조직은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 놓치기도 한다. (sigmoid growth curve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변곡점은 반드시 다가오며 변곡점으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의 끝을 알리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 변곡점은 아주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될 수 있고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승자가 될 수 없다. by 앤드류 그로브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매뉴얼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고객과 시장 가까이에 있는 구성원들은 변화를 보다 빠르게 감지한다. 이들은 시장의 상황과 고객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목격한다. 이들로 하여금 각자의 정보를 활용하여 변화에 맞게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애자일일뿐, IT방법론 혹은 지나치게 혁신적이여서 아무튼 우리와는 맞지 않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전의 세상에서 발생하는 변수는 상대적으로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도였으며 조직은 장시간 변화를 관찰하고 움직이곤 했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 규칙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조직 상부에 보고하기 위한 자료를 (꽤 오랜 시간에 거쳐 경영진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용의하게) 작성하고, 보고를 받은 경영진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 밑으로 그 내용(의사결정의 근거와 이유가 배제된 변화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 혹은 대응 방법)을 전달했다. 그러나, VUCA 세상의 변화는 진화했다. 이 세상은 조직에게 이전 만큼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으며 변화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최선의 시책을 강구할 수도 없도록 게임의 룰을 바꾸었다.

최근 2년간 애자일이라는 용어가 무던히도 사용되며 애자일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 IT에서는 이미 한물간 이야기, 일단 빠르게 하는 것” 그러나 애자일의 본질은 “ability to create and respond to change in order to succeed in an uncertain and turbulent environment”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산업의 조직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이다. 애자일은 방법론을 넘어 ‘how agile can we be, here?’ 이라는 태도가 본질이다.

애자일은 두 가지의 균형이다, autonomy & alignment

어떻게 속도를 높일 것인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의사결정 권한이 확대되어야 한다. 본래 의사결정은 리더의 몫이였다. 그러나, 리더가 모든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따라서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속도를 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과 합일,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한다. 언뜻 들으면 제로섬 게임같지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율이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조직이 자율성을 강화하는 이유는 구성원의 몰입과 헌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참여와 헌신은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을 존중하기에 앞서 조직 공동의 목표와 원칙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모두가 명확히 이해할 때, 서로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존재로서 상호 신뢰하게 되며, 조직의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한 각자의 자율을 조화롭게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미션과 비전을 정립하고 구성원과 공유하며 공감해야 한다. 또한, 자율을 뒷받침하는 공동의 원칙도 있어야 한다. 현명한 조직들은 자율의 이면에 무질서와 혼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와 동시 무질서와 혼돈을 바로 잡으려는 규칙들은 자율을 상쇄시킨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하는 그라운드 룰을 세워 각자의 자율로 인한 무질서와 혼돈을 최소화하면서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직의 일체감을 구축할 수 없으며 이런 상태에서는 개개인의 자율성을 장려하는 것이 어렵다.

Giving task autonomy to employees is generally expected to result in higher motivation, satisfaction, and performance. *Effects of task autonomy on performance 논문에서 발췌

Alignment는 한 집단이 하나의 전체가 되어 움직이는 상태로 공동의 목표를 향한 개개인들의 정렬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일체감이 약한 조직은 개개인들이 유별나게 열심히 일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노력은 조직 성과로 효율 좋게 연결되지 않는다. 반면, 조직이 합일을 이루면 공통의 지향이 생겨나고, 개개인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게 된다. by 피터 센게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첫째,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그 어느때보다 똑똑한 고객들이다. 예전처럼 기업이 만든 제품을 잘 홍보하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의 니즈를 꿰뚫는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는 때이다. 이런 시대에 상사가 선호하는 혹은 조직이 ‘생각하기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조직 밖에 있는 고객을 바라보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몰두해야 한다.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일은 너무 늦다. 타깃 고객의 needs와 wants를 파악하고 제품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접점이 있는 곳에 조직의 관심을 두어야 하며 고객과 상시 교감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이 반드시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객의 숨은 니즈에 귀를 기울이되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직이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정보 기반의 의사결정이다. 단순 직급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닌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조직에 흩어진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여 정보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꺼내야 한다. 그러므로 소통의 양(얼마나 많이 발언하는가)과 질(얼마나 고르게 발언하는가)을 모두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계획과 전략 수립에 쏟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연말이 되면 차년도 목표 설정(숫자)과 달성 방법을 보고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작업에 오랜 시간을 쏟는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사실상 이전과 별로 다를 것이 없지만) 새로운 워딩으로 문서의 있어빌리티를 높이는 것에 여러 사람이 투입된다. 그러나 전략은 ‘연말’에 짜서 ‘보고’하는 것이 아닌 ‘상시’에 ‘실행’하기 위해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뒤돌아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과거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여 직관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데이터 뿐만 아니라 경험, 가치, 감정, 의식, 인지를 의사결정에 포함시켜야 하며, 의사결정의 내용을 구성원과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실행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말한 전략은 ‘우연성 넘치는 전쟁에서 생존과 승리를 위해 유연성과 탄력성을 생명력으로 하는 이성적 사고로 당연히 전투 현장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즉, 전략의 본질은 예측이나 예언이 아니라 탄력적 반응이다.

셋째, 학습과 성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무엇을 적용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복기해야 한다. 따라서, 각자가 내린 의사결정의 총합이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 모여서 회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로부터 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조직의 그라운드룰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실패로부터 학습할 수도, 조직내에 어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디브리핑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하며 이 자리에서는 의사결정을 내린 개개인에 대한 심문이 아닌 의사결정 내용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하도록 해야 한다.


IT IS NOT A FAD

시대가 조직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시한 것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가 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변화를 최전방에서 마주하며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조직들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혁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도입하는 수평조직, 권한위임, 애자일의 본질은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수평조직을 추구하는 이유는 정보 공유의 속도를 높이고 정보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며, 권한위임은 자율성을 통해 개개인의 창의성을 촉진하여 효과성을 발휘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애자일은 변화를 조직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변화를 현명하게 돌파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위한 방법들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간에 곧 누가 ‘방법론을 넘어 문화’로 제대로 뿌리 내리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얼마전 ‘글로벌 제약회사를 위한 애자일’을 연구하고 다루었다. Deal & Kennedy 조직모형에 비추어보면 제약산업은 투입되는 자본이 매우 큰 반면, 조직이 내린 의사결정이 옳았는가를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bet your company’ 유형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의사결정이 좋은 선택인가에 대한 답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연구와 임상 끝에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유형의 조직은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하며 자연스레 분석과 계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산업에서도 ‘애자일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느린 특징을 보이는 ‘bet your company’ 조직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정기적으로 자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지나친 장기적 관점으로 인해 단기적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상대적으로 변화가 느린 시장의 조직들은 유독 변화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다를뿐, 변화는 모든 산업에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 유형의 조직이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질문 속에 답이 있다. 즉, 변화를 적시에 감지하고, 감지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역량이 바로 애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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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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