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위비드의 2022년 리뷰

올해의 마지막 특강을 앞둔 시점에 한해를 돌이켜보니 약 22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몇 달에 걸쳐 장기간 이뤄진 프로젝트부터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는 단 한번의 특강까지, 프로젝트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모두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설계와 실행이었다. 바로, “더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

[변화 관리 & 문제해결 13시간 과정의 모습]

2022년 조직 안팎의 변화들

조직개발 컨설턴트로서 여러 조직을 들여다본 결과, 작년과 달리 올해는 1) 인터벤션이 다시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옮겨갔고, 2) 팀 중심의 조직개발이 더 강화된 점과 3) 가장 보수적이고 단단한 조직들도 조직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체감했다.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의 변화 관찰은 VUCA에서 초VUCA로 기술, 환경, 정책을 비롯해 시장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더 빠른 속도로 더 불규칙하게 변이한다는 점,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홀로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개인과 팀들이 다시 연결되어야 하는 과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세대 간의 첨예한 대립, 노동가치의 하락과 불성실함의 유행, 그리고 이직이 능력의 잣대가 되어 잠재적 구직자로 변모한 구성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조직 안팎으로 혼란한 시기이나 그럼에도 조직은 지속성장해야 하며, (일을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각자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점은 불변한다.

힘의 이동, COMPLY TO LEAVE

그렇기에 비로소 조직문화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는 변했다. 이전에는 구성원이 COMPLY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혹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조직이 우세한 입장이었다. 시대적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선택으로 조직에 입사하면 그 조직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상황이었고, 이직은 특수성을 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조직에 계속 머물며 순응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고 자연스레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LEAVE 전략이 대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떠난다. 나에게 더 맞는 선택을 하고자 하는 세상이다. 이직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조직은 괜찮은 사람들 소위 말하는 능력자들이 떠나고 회사에 대한 불평을 틈틈이 늘어놓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남아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그 능력자들이 모여 서로에게 자극을 받으며 열의를 낸다. 조직에 누가 남고 떠나는가의 문제는 결국 조직의 TO BE OR NOT TO BE와 즉결되어 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구성원들이 오래 머물러 좋은 성과를 내주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구성원은 떠나고 남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될 터. 조직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이 긍정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이상, 구성원이 몰입, 창의력과 인내심 발휘,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할 기회와 환경을 갖고 있다’는 이 문항이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고성과 팀과 저성과 팀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가장 잘 설명한다고 하는데, 이는 조직 차원으로도 동일할 것이라 예측해본다. 즉, 서로를 대하는 방식, 소통이 이뤄지는 패턴,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을 좌우하는 조직문화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 (구성원의 에너지와 역량이 조직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하고 내부의 관계와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도록 하는 조직은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더 좋은 조직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

어떻게 하면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는가?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 조직은 단체전이다. 조직은 나홀로 일하는 개개인의 집합이 아닌 함께 일하는 존재로 진화해야 한다. 세대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누구나 ‘우리는 이 방식으로 일한다는 확신’을 갖도록 그라운드 룰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잘 나가는 조직이 했다니 우리도 하나 만들자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

둘,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C레벨 – 임원 – 중간 리더의 연결고리가 촘촘해야 한다. 상부에서 수립한 비전과 전략들이 형식적인 과제로 전락하지 않고 전달되는, 구성원들이 센싱하는 고객 접점의 정보들이 있는 그대로 올라갈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핵심이다. 변화의 속도와 모양이 진화한 초VUCA 시대에서는 수직의 사다리에서 정보 전달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늘어뜨리거나 사실상 괜찮지 않지만 상부의 반응을 고려한 장미빛 보고를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 (제이 포레스터 교수는 위대한 조직의 여부는 안 좋은 소식이 상부에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가를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셋,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더 좋은 동료가 되어야 한다. 불성실함의 유행은 동료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피드백과 코칭은 리더가 구성원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팀 플레이를 위해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축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서로가 지체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일반 조직에서 이 같은 수준으로 협업하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서로의 업무적 근황, 서로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으며 무엇이 고민이거나 잘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필수이다. 나아가, 서로와 긴밀히 협업하는 업무라면 동료간 피드백과 리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합을 맞추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DIALOGUE와 DISCUSSION의 균형

잘 나가는 조직의 원칙은 간단하다. 공동의 목표가 명확한가? 대화가 잘 되는가? 공동의 목표 하에 조직 속 리더그룹이, 리더와 구성원이, 구성원 간에 얼마나 잘 대화하는가가 관건이다. ‘잘 대화하는 것’에 대한 저평가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들이 조언을 구할 때, 종종 “소통”을 제외한 답을 알려달라 요청하지만 제도, 구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본질은 사실 대화이다. 집단지성도 결국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잘 대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싶다. 잘 대화한다는 것은 DIALOGUE와 DISCUSSION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이 균형이 조직으로 하여금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구성원으로 하여금 실행의 의지를 발휘하도록 한다. DIALOGUE는 각자의 가정을 유보하고 진심으로 함께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능력을 뜻한다.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는 DIALOGUE를 거쳐 결정에 이르는 DISCUSSION을 마무리하면,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결론에 COMMIT, 헌신해야 한다. 결국, 위비드가 하는 일도 DIALOGUE, DISCUSSION, COMMIT의 선순환을 그리도록 하는 일이다.

P.S. 위비드의 2023년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올해 위비드를 움직인 힘은 무엇일까? 220개의 프로젝트로 삶의 중심이 일인 저와 멤버들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되짚어보게 됩니다. 2022년의 끝자락에 제주도로 함께 워크숍을 다녀오며 일이 아닌 위비드로써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월드컵 16강을 보며 마음 졸이고 기뻐했던 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잘 지내는 팀이 대박나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수퍼셀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해를 거듭하며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 서로와 합을 맞추는 (여전한) 좌충우돌, 더 좋은 것을 추구하자는 마음이 저와 위비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다가오는 1월, 새로운 멤버의 합류와 함께 펼쳐질 새로운 역동도 기대됩니다. 여러 조직들의 문의에 항상 가장 앞서 응답하는 대표이지만, 위비드 멤버들에게는 늘 바쁜 사람으로만 비춰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면 리더의 역할을 평할 때, ‘그렇기 때문에 잘된’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된’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위비드를 함께 잘 이끌어가고 있는 멤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에도 “더 좋은 조직을 만드는 위비드의 미션”을 언제나처럼 성실하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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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
Leading the journey in pursuit of great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