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드 2021 키워드

완전한 솔직함과 투명성

지난 2년간,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연구한 심리적 안전감이 ‘두려움 없는 조직’ 이라는 책을 통해 국내 많은 조직들에게 소개된 바 있다. 그간 조직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이해하고 구축하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완전한 솔직함으로 시선을 옮길 때가 왔다.

심리적 안전감은 가혹할 정도의 솔직함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의 생각을 적시에 있는 그대로 다루는가? 솔직한 조직이 상냥한 조직보다 혁신할 가능성이 높다. 학습하는 조직, 진화하는 조직, 혁신하는 조직은 서로의 생각과 관점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정치 철학자 조슈아 코헨은 서로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업무 성과를 높이고 관계를 튼튼히 구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논쟁에 완전히 참여하여 최선을 다해 의견을 나누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조직은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피드백을 협업 방식의 일환으로 꾸준히 활용하면 사람들은 더 빨리 배우고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더욱 탁월한 인재로 만들 수 있고 회사 차원의 의사결정의 질은 더욱 좋아진다.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 만한 코멘트가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치명적이다. MIT 경영대학원 제이 포레스터 교수는 “나쁜 소식이 얼마나 빨리 상부에 도달하는가를 보면 위대한 조직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문화가 구축되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는 올바른 환경과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적 관계를 넘어 개인적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상대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상대방을 솔직하게 비평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리더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것이다. 특히 리더가 자신의 취약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면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 자기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면 더 큰 신뢰를 얻고 구성원들은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가능한 많은 것을 공유하게 하여 조직의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나아가 조직 차원에서는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500대 회사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가치에 대한 글래스도어 리뷰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투명성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3~4월에 점수가 크게 올라 락다운으로 재택근무와 해고가 있었던 4~8월 5년 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COVID-19로 직격탄을 맞으며 구성원의 4분의 1을 해고했지만 전 구성원이 참여해 누구나 CEO에게 질문할 수 있는 미팅을 수시로 가지며 위기 속 기업의 상황을 모든 구성원과 투명하게 공유했다. 회사가 커지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대담해지고 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핵심은 정직하고 투명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며 조직이 구성원을 신뢰할 때 그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완전한 책임감과 몰입

국내 조직들이 창의와 혁신을 꾀하고자 수평 조직으로의 전환을 무던히도 시도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대를 넘어 고객 중심의 사고와 신성장 동력을 일으킬 새로운 생각을 지향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수평으로의 완전한 전환, 통제 중심에서 자율 문화로의 변화를 해내지는 못한 상황이며 변화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무엇보다 ‘수평’과 ‘수직’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직은 직급(RANK & POSITION)이 힘을 갖는 구조이며, 수평은 정보에 기반한(INFORMED DECISION) 합리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근래 수평 조직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VUCA의 세상에서,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가 된 오늘날의 조직들이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함이다. 예측불허의 변화 속에서 최선의 시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적시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나 빠른 변화의 시대에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현장 정보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정보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조직 내 소통을 강조하게 된 것이지, 모두가 발언하고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수평으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자율은 수평 조직에서 강조되는 요소이다.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발휘하고 몰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과 리더가 자율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는 것을 발견하는데 이는 자율의 모습을 방치로, 자율의 반대를 통제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자율과 통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명확하고 섬세하게 설계된 공동의 원칙은 서로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며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다만, 언제 어떤 자율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MIT 경영대학원 롯트 베일린 교수의 혜안을 빌려올 수 있다. 자율성은 크게 두 가지 분류된다. 하나는 전략적 자율성(STRTEGIC AUTONOMY)으로 일의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주로 리더가 발휘한다. 다음으로는 운영적 자율성(OPERATIONAL AUTONOMY)으로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결정할 자율이다. 이 두 가지 자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므로 양쪽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자율의 범위를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율은 보다 업무적으로 숙련된 구성원과 서로 관계가 충분히 구축된 팀에게 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구성원간의 상호의존성과는 제로섬에 해당하는 요소로 과업과 팀의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수평과 자율을 구축한 조직들에게 이제는 완전한 책임감으로의 레벨업을 안내한다. 우리가 수평과 자율을 추구한 이유는 보다 좋은 시책을 강구하여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 결과, 지속 성장하는 존재가 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평과 자율 속에서 완전한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완전한 책임감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클 수 있도록 만든다. 오늘날 조직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조직의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에서 완전한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에 완전히 몰입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외부의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생각을 적시에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별 구성원은 임무에 집요할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최고의 성과를 요구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각자의 일에 완전한 책임감을 요청하는 조직에서는 상사가 아닌 동료가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완전한 연결성과 결속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국내 조직들이 유례없는 급진적인 근무 방식의 변화를 경험했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하는 것이 익숙하던 조직과 개인이, 시공간을 초월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재택 근무가 생각보다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내리는 요즘,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의 생산성 데이터는 개선되었으나 크게 축하할 일이 아닌 이유는 그동안 구축한 사회적 자본, 관계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떨어져서 일하는 환경에 적응했다면, 이제는 역설적이게도 떨어져서도 효과적으로 ‘함께’ 일을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의 자유도가 올라가는 유연한 근무방식으로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며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윈윈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와 그라운드 룰이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 않은 상대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믿음 없이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리고 이 충동은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연한 근무방식이 전제하는 인간은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자율 속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존재’이다. 다만 자율적 환경이 주어진 즉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조직과 리더는 구성원이 성과를 내기까지 신뢰하며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맹목적 신뢰는 오래가지 못하므로 공통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실체 있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각 팀만의 그라운드 룰(group norm)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업무 일정 공유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합의가 성취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신뢰를 지속시킨다. 이러한 합의 없이는 ‘각자의 열심’이 서로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거나 팀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무색해진다.

워드프레스로 잘 알려진 미국 IT 기업 오토매틱은 2005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 구성원이 리모트 워크 형태로 일하며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창업자이자 CEO 맷 뮬렌웨그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원칙을 분명하게 세웠다. 업무는 가능한 작은 단위로 나눠 매일 추이를 기록하고, 관리자의 역할은 실무자와의 주기적인 면담을 통해 업무 몰입도와 성취욕을 높이는 것이다. 더불어 근무자가 결속력을 느낄 수 있도록 비슷한 시간대에 근무하는 동료들끼리 연결해주는 멘토 제도를 운영하거나 지역별 채팅방을 운영한다. 그리고 팀원이 함께 모여 일하는 팀 밋업이나 회사 전 구성원이 모이는 그랜드 밋업도 진행하며 실험과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리모트(REMOTE)를 지속시켜주는 힘은 연결(CONNECT)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로와 더 견고한 신뢰를 쌓는 것과 떨어져서도 더 잘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그라운드 룰을 통해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일을 바라보는 관점도 진화해야 한다. 리모트의 저자이자 베이스캠프 CEO 제이슨 프리드는 “중요한 것은 시간표가 아니라 업무를 완료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관건은 하루 8시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냈는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성취해야 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평가하는 제도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