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나요

공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고 숨 쉬는 공간(空間)은 빌 ‘공’과 사이 ‘간’이 결합되어 ‘사이가 비어 있는 곳’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담습니다. 비워진 곳에 새로움이 채워져 비로소 완성되는 불완전한 상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보통 우리는 겉에 보이는 형태는 곧잘 따라하는데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 안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공간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 그 자체보다 그 공간을 누가 만들고 운영하는지,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우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사람을 향한 공간

공간을 경험할 때 ‘좋은 공간’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공간에는 우리의 다양한 활동이 담깁니다. 공간은 목적에 맞게 장소와 환경, 동선, 빛, 프로그램, 가구와 조명, 조형 등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해야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의 크기, 즉 휴먼 스케일(Human Scale)입니다.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그들의 생활 방식이 반영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선, 앉거나 서있을 때 눈높이에 따른 공간의 집중, 주위 환경에 따른 공간 조합을 통해 사용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량을 강화하는 디자인과 풍성한 환경

그렇다면 우리 뇌는 그런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영향을 받을까요. 『공간 혁명』의 저자 세라 W. 골드헤이건은 우리 몸이 그저 공간과 건축, 디자인을 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감각하고 인지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공간을 지각하는 주체로서 기능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소는 자유로운 탐색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쉽게 고갈되는 주의 자원을 회복시키며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더 현명하고 유연하며 탄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소통을 촉진하는 업무 공간의 비밀

특히 사무실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장소로 직장인들이 주거 공간만큼 오랜 시간 머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편하게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창조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할 우리의 사무 공간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매우 획일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오피스에서는 어떤 풍경이 펼쳐졌나요.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위계 조직에 최적화되어 책상의 넓이나 의자, 모니터의 크기, 자리 배치를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조직내 역할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은 곧 돈이자 사회적 지위라는 가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와 너는 서로 다르다’는 권력구조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과거 사무실자리 배치
과거 사무실 자리 배치

급격한 기술 개발과 세대 교체, 국제 정세와 시장의 변화 등 비즈니스 환경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인과관계로 얽힌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내야 하고 긴밀하게 협력해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업무가 원활하게 공유되고 동료간의 활발한 소통으로 협력이 가능한 공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이뤄내기 위한 혁신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Apple)은 창의적 환경 조성을 위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애플파크를 지었습니다. 15,000명이 일할 수 있는 최첨단 사무공간을 갖췄고 곳곳에 위치한 카페들은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인원만 5,000명에 이를 정도로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쏟았습니다.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Facebook) 신사옥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축구장 7개 크기의 원룸형 단층 건물로 벽, 문, 파티션도 없이 하나로 연결된 공간에서 일합니다. 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 건물에 들어설 때 세계를 연결하려는 우리의 미션(Give people the power to build community and 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느끼게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구글(Google)도 직원 간 소통을 위해 2분 30초마다 다른 직원을 마주치도록 건물을 설계하고, 손을 뻗으면 상대방 어깨에 닿을 거리에 책상을 배치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자포스(Zappos)는 라스베이거스 일대에 노후한 공공 건물이나 카페, 음식점 등을 사거나 임대해 이곳을 사무 공간으로 개조했습니다. 연구 결과 6개월만에 직원들의 대면 접촉이 40% 이상 증가했고, 이로 인해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회수가 80%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덴마크 빌룬드의 레고(LEGO) 본사는 다채로운 색감의 벽지와 가구, 층간을 연결하는 미끄럼틀과 여기저기 레고 블록을 배치하여 놀이터 같은 사무실 속에서 직원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노르웨이 통신업체 텔레노어(Telenor)는 실험을 통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기회가 늘어나면 지식과 아이디어 교환이 늘어나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며, 일을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심지어 매출이 20% 늘어나는 고무적인 성과도 얻었습니다.

혁신의 원칙, 사용자 니즈 반영과 유연함

국내에서는 현대카드 애자일 오피스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책상을 가로막는 칸막이를 없애고 사무실 벽을 화이트 보드로 만들어 의견을 자유롭게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혼자서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직원 뿐만 아니라 고객, 외부인도 자리를 잡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접촉하고 소통하는 범위를 넓혔습니다.

네이버 그린 팩토리 역시 사옥을 짓기 전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이 불편한 것과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담아 건물을 지었고 1, 2층은 라이브러리로 모두에게 개방하고 4층과 27층 두 층을 전부 카페테리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도 국내 최고의 근무 환경으로 공기질, 조명을 철저히 관리하고 노출형 천장으로 소음을 줄였습니다. 공간문화팀에서 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치카치카룸은 쾌적한 환경에서 양치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만든 공간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그간 근무환경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떤 문화가 견고 해졌는지 살펴보고 조직에 맞게 보다 효율적인 일처리와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단순히 사무 공간을 바꾼다고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성원들이 다양한 상호작용과 참여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긴 호흡으로 사용자와 보완 및 개선의 여정을 함께 할 때 비로소 공간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의 철학을 온전히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은 우리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어 냄으로써 개인의 역량과 공간 감각을 강화하고 그 장소가 선순환을 일으키도록 힘을 보낼 것입니다.

<출처>
세라 W. 골드헤이건, 공간 혁명, 다산사이언스, 2019
김석훈, 공간 디자인, 길벗, 2015

Author avatar
위비드
https://wivid.kr

Post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