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드 2023 키워드

DISENGAGEMENT EPIDEMIC

우리는 규칙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 제록스(Xerox)의 전임 CEO 폴 올래어(Paul Allaire)가 한 말이다. 이는 정해진 룰이 없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빗대어 한 말인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은 최근 3년 간 경영 시장이라는 게임 판에서 가장 강력한 변수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구성원들은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전통적이지 않은 업무형태를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고,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근무 형태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사무실 근무가 이제는 이직 사유가 되어 버렸고,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원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는 대퇴사시대(The Great Resignation)와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이다.

대퇴사시대란 지금의 회사를 더 다니고 싶지 않거나 더 다니지 않아도 되는 혹은 더 다닐 수 없게 되어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는 현상을 비유하는 신조어다. 조용한 사직이란 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대한 마음이 떠난 상태로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구성원의 불성실한 태도를 말한다. 이 두 키워드는 2022년 경영 분야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찾지 못한 채 경제적인 활동수단으로 밖에 일을 생각하고 있는, 불성실함의 유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성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는 조직의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좋은 태도가 반드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태도로는 확실히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태도의 차이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5년 후, 10년 후에는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실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주어진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ker)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는다”고 하며 조직의 전략보다도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조사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의 ‘존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 요소로 꼽았다. 이는 구성원들이 단순한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하고, 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궁극적인 조직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조직으로부터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열의를 갖고 업무에 임할 여지가 있으며, 이 열의와 몰입의 총합이 조직으로 하여금 불확실한 시장에서 보다 현명한 답을 찾아 한발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즉, 조직문화는 조직이 구성원을 위해 제공해주는 추가적 혜택이 아닌 조직 스스로를 위한 일이다. 구성원의 몰입 없이는 지속성장 뿐만 아니라 현재를 유지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영환경은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당장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20여 년 동안 GE의 경영을 맡았던 잭 웰치(Jack Welch)는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긴장감을 일종의 위기 의식으로 ‘항상 변화에 깨어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표현했는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고 위기 발생 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존중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에 맞는 구성원의 변화도 이끌어내야 한다. 하던 데로 하는 방식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센싱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려고 하는 건강함 긴장감 속에서 행동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의 의미를 깨닫고 일에서의 즐거움을 찾으며, 개인의 성장과 동시에 조직의 성장까지 같이 윈윈Win-Win 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

BACK TO BASIC

조직의 미션은 해당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를 의미하는 Why에 해당한다.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하는가’, ‘우리 조직이 없어도 사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우리 조직이 없어졌을 때 우리를 대체할 더 나은 기업을 찾기 위해 들어갈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와 같은 궁극적인 존재 이유이다.

많은 구성원들은 미션을 그저 ‘공식적인 문구’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존재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공감하거나 내 것으로 받아들여서 업무에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왜 내가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통찰을 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임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효율성의 극대화에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왜’ 라는 한 단어의 질문이 들어온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업의 본질과 미션은 ‘Why’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테슬라Tesla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미션 하에 지구 최대 오염원인 화석연료 자동차와 발전소를 대처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어 보급했고, 다이슨Dyson은 회전하는 선풍기의 날이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이렇듯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유명 기업들도 일을 통해 사회의 어떤 숙제를 풀려고 하는지를 정의한 미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업의 본질은 조직에 명확한 미션이 있을 때 더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다. 미션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거나 와 닿지 않게 되면 일에 대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경제적 활동의 수단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조직의 미션이 현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직차원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과 미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에 공감하고 내재화한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일에 대한 샘솟는 열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 그 이상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게 되며, 이를 통해 일의 즐거움을 느끼며 직무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명확한 조직의 미션과 미션의 내재화는 구성원에게 가장 강력한 행동의 동기가 되며, 업무를 하는데 있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구성원들은 자기 동기부여를 통해 업무에 집중하게 되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으며, 업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구성원들로 구성된 조직은 조직차원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조직의 가치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미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에 지원하게 되는 동기부터 시작해 근속여부 결정까지 기업의 미션은 존재 그 자체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그 비율이 더 늘어날 MZ세대는 특히 자기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있다.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기업의 좋은 미션에 구성원이 공감하여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명감과 자부심은 기업들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따라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명확하고 매력적인 기업 미션이 필요하다.

POWER OF CONNECTION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각자의 공간에서 일하는 원격근무의 보급이 조직 내 가장 큰 변화인데, 지속적인 협업과 생산성 유지,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위해 원격근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출퇴근에 소비되는 시간, 비용, 체력소모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업무 집중도 향상 및 퇴근 이후의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어 그 어느때 보다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욕구가 충족될 수 있었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이 집에서 일은 잘 하고 있는지, 회사의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는 없는 지와 같은 관리 감독 측면에서의 염려가 증가하였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가 너무 당연시된 지금,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절충안으로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란 특정 부서 별, 사이트 별, 요일 별 등 기준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나눠서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제도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출근 시 기존 사무실이 아닌 주거지에서 가까운 거점 사무실로 출근하는 형태를 포함한다.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의 절충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사무실 근무 대비 구성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일하며 같이 식사나 커피타임을 하는 등의 사무실 안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비공식적인 자유로운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완전히 피할 수 없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과 협업 기회가 발생하는 연결성이 줄어들고, 연결성이 떨어지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탕비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료 직원과 잠깐 나누는 대화, 간단한 질문이나 부탁을 하러 가기 위해 동료의 자리로 가는 일, 상사와의 티타임을 통해 업무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 구하는 것 등 동료와 상사와 나누는 가벼운 대화를 통해 구성원 간 연결성은 강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상과 혁신을 떠올리기 위해서도 직접 대면으로 만나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테슬라,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그리고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공개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옹호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최근 점차 사무실로 복귀를 시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오랜 기간 혼자 일하다가 같은 공간에서 다른 구성원과 일한다는 것은 모든 구성원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일 것이다. 비대면 근무로의 전환이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다시 대면으로의 변화하는 것에는 또 다른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이후 새롭게 조직에 합류한 구성원들은 업무를 파악하고 습득함과 동시에 조직의 문화에도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한다. 기존 구성원들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며, 새로운 구성원과 연결되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으로 합을 맞춰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 간 연결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구성원 간 업무적이든 업무 외적이든 교류를 통해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과도한 경쟁은 사라지고 서로 협력적인 태도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으쌰으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다’라는 말이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도 많지만 그 반대로 같이 일하는 동료 때문에 일은 힘들어도 계속해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 사회적 자본은 중요하다.

아직까지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상당수의 구성원들은 비대면 근무에 이미 너무 익숙해져 사무실 근무로의 완전 전환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대면와 비대면이 혼재되어 있는 하이브리드 형식의 업무 형태가 보편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듯 다양한 일하는 방식 속에서 구성원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근무환경의 유연성을 적용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지금, 구성원 간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고, 따로 또 함께 공존하여 협력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방안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