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드 2022 키워드

A NEW WAY OF WORKING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회피하지만, 이제 더 이상 변화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과 공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 것인지, 즉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오고 있다.

과거 불확실성이 낮고 성장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객과 시장을 먼저 타겟팅한 뒤, 목표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글로벌화와 신기술이 확산되고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비즈니스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고, 변화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살고 있다. 1950년 이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던 기업 이익 변동성이 1980년 이후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시장 내 승자(매출과 이익이 큰 기업)와 패자(매출과 이익이 작은 기업)사이의 간극 또한 넓어졌다. 이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고,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성이 특징적인 환경에서는 과거의 전통적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로 인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속도와 유연함을 겸비해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이라는 개념이 경영과 조직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유래된 단어로, ‘날렵한’,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애자일은 고객가치를 최우선 업무로 삼고,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새롭게 일하는 방식(New way of working)’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구성원 개개인을 전문가로 대우하며 역할 중심의 권한 이양을 함으로써 자율성을 부여한다. 화이자 CEO가 기록적으로 빠른 시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환자 최우선주의’에 있다. 결과를 판단할 때는 판매된 약의 수가 아닌 서비스를 받는 사람 또는 동물을 봤다.

그러나 많은 조직들은 애자일을 “뭐든 일단 빠르게 하는 것” 그리고 “TF 구성”이라는 구조적 시도가 그 중심에 있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직문화 씬(Scene)에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하는 속도 대비 우리나라 조직들이 각각의 키워드의 본질을 고민하고 점진적으로 시도하려는 노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애자일 역시, 몇 년 전 있어빌리티를 보여주는 새로운 키워드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고객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본질적으로 전환하고 정착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애자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또다른 이름으로든 혹은 애자일이라는 키워드로건, 안개 속 급변하는 세상에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명민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른 시간 내에 시도하며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 방법을 선택하는 조직들이 시장의 승부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애자일한 기업에서 혁신은 발견이 주도하는 학습(Discovery-driven learning)을 통해 진행된다. 실험 혹은 테스트를 할 때마다 도출된 데이터와 피드백, 지식 및 경험을 토대로 다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기회는 빠르게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조직은 그 과정에서 품질이나 예측 가능성과 같이 다른 요소를 어느 정도 희생시키더라도 빠르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환경에서 기업 차원의 애자일 전환은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는 경영혁신 과정으로 파괴적인 상황에서도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LEADER AS COACH

유능한 리더는 결점이 없고, 흔들리지 않고 통제력이 있으며, 두려움이 없는 일명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그 누구도 오늘날 기업이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완벽한 해답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모든 문제에 대해 답을 알고 있는 듯한 자신감 있는 태도, 엄격하고 통제적인 지시를 내리는 리더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며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고, 숨어져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인간적 리더십이 오늘날 모든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운동 선수 뒤에는 항상 긍정적인 시각으로 가능성을 더 크게 넓혀주는 코치가 있다. 공감의 힘이 얼마나 큰지, 경청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오랜 조직 생활을 경험한 리더들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점점 더 치열해지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긍정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이를 돋워주는 코치의 역할이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코치(COACH)의 어원은 헝가리 도시 코치(KOCS)에서 개발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서 유래되었으며, 사람을 목적지까지 운반한다는 의미에서 목표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인도한다는 의미로 변화했다. 근래 수평 조직으로의 변화로 구성원들은 수직조직일 때보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수행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어 원활하게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더욱 더 필요해진 상황이다.

코칭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신의 인식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자기 인식력을 넓힌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그 감정이 우리의 행동을 어떤 방향으로 몰아가는지를 더 잘 인지하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자기 인식력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효율적인 자기 통제력을 개발할 수 있으며, 내적 에너지를 더욱 생산적인 방향으로 집중시켜 성과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코칭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점은 코칭과 유사한 개념인 ‘멘토링’, ‘상담’, ‘컨설팅’과 같은 용어의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멘토링과 컨설팅은 교육자가 우월적인 위치에서 풍부한 경험과 업무지식을 개인에게 주입해주고 지표를 제시해주는 것이 목적이며, 상담은 전문지식을 가진 상담가가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언을 해주는 것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코칭은 개인의 변화와 발전을 지원하는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하고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코칭 리더십은 상대방 중심의 접근법으로, CEB(Corporate Executive Board)의 조사에 따르면 효과적인 코칭은 성과를 27% 향상시키고, 이직률은 40% 낮춘다고 한다. 리더가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코칭 역량을 발휘하여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구성원과 함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파트너로서 자발적 지원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코칭 리더십은 완성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대표는 리더로서 구성원들에게 지시하거나 결정하지 않고, 조언이나 제안 정도의 코칭을 한다고 밝혔다.

효과적인 리더십이 발휘되면 구성원들은 조직 전체의 성과에 이바지하는 개인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조직은 하나의 프로 스포츠 팀으로,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료이다. 화려한 개인 성과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루기 위해 협력하는 문화가 팀 스포츠에서 승리의 핵심 요소이듯이 조직 내 에서도 이러한 마인드 셋이 구성원들에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POWER OF EMPOWERMENT

일을 잘 하는 리더와 일을 잘 맡기는 리더 중 누가 더 능력 있는 리더일까? 과거에는 탁월한 능력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능력 있는 리더의 조건이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직장에서 요구되는 리더의 능력의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을 맡기는 기술’도 그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을 맡길 때에는 어떤 일을 누구에게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성과를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기업은 성과를 창출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 그 존재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부하직원이 못미더워서’ 혹은 ‘내가 하는 편이 더 나아서’와 같은 이런 저런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고 한다. 리더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면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고, 업무에 짓눌려 사고 정지 혹은 업무 마비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이로 인해 성과 역시 저조하게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헨리 포드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인 T모델 개발 후, 20여 년간 자신이 개발한 T모델을 자신 외에 그 누구도 모델의 디자인을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실제로 한 디자이너가 새로운 모델을 가져오자 자동차 문을 뜯어내고 모두 부숴버렸으며, 평소에 직원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기계 부속품으로 간주하고 깎아내리고 감시를 일삼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독점적 권한을 행사한 헨리 포드는 편협한 사고와 괴팍한 성격,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경영 파국을 맞게 되고, 포드社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실패를 마주하게 되었다.

권한 위임(EMPOWERMENT)은 상사가 업무에 대한 자신의 공식적인 권한을 부하직원에게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리더의 권한 중 일부를 떼어 부하직원에게 주는 ‘분배’의 개념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권한 위임은 한 쪽이 권한을 주고 한 쪽이 권한을 받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권한을 위임할수록 리더와 직원 모두의 권한이 확장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리더가 무엇을 어떻게 위임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해 적절히 판단해야 하고, 위임할 것과 위임해서는 안되는 것을 지혜롭게 구분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은 소수의 특이한 기업만 하는, ‘좋지만 딱히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좀 그런’ 생각이 드는 특별한 경영전략이 아니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은 구성원들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창출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넬대학교 디바로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320개 중소기업 중 구성원들에게 자율을 최대한 보장한 기업이 그렇지 않고 전형적인 명령과 통제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관리한 기업들에 비해 4배 이상 빨리 성장했고, 이직률도 3분의 1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금융업계에도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 도입되고 있다.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전 세계 750개 지점에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한델스뱅크는 부사장과 이사 직급 없이 지역 본부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를 하며 본사 차원의 매출 목표 혹은 예산을 잡지도 않는다. 각 지점이 영업전략과 목표를 설정해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며, 대출의 96%가 지점에서 즉각적으로 결정이 난다. 은행에서 운영하는 콜센터도 없고, 고객불만은 지점에서 직접 처리하는 등 다소 독특한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불량 대출 비율은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낮고 최상의 고객만족도를 자랑하고 있다.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밋은 그의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에게는 스스로 통제할 권한을 줘라. 그러면 그들은 대개 어떻게 하면 생활의 균형을 찾을 것인지 알아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으로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일할 환경을 마련해주고 주인의식을 갖게 만든다면 조직에 대한 더 큰 신뢰와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